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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처로 멈춘 삶,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다 러시아에서 온 청년 알렉세이(가명)씨는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라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보다 혼자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보호시설 퇴소자에게 주택을 지원해 주지만 대기자가 너무 많아 그의 차례는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에 자원하면 주택 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해서 집 한 칸만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입대했지만, 알렉세이는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약 2년 동안 참혹한 전장을 겪으며 죽음과 맞닿은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함께 있던 2,00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30명 남짓. 눈앞에서 전우들이 쓰러지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몸과 마음은 이미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위고봉사단과 알렉세이(가명)] 알렉세이는 전쟁 중 심각한 다리 통증으로 제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버틸 수 없어, 결국 그는 목숨을 걸고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타국을 거쳐 7월, 한국 땅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난민 신청 중인 신분으로 임시비자를 받았지만 자유롭게 일할 수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었습니다. 언어의 장벽까지 더해져 일을 구하려 해도 번번이 막혔습니다. 고시원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버텼지만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아지고 내일을 걱정하며 잠드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생활비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퇴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생존 전쟁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위고봉사단과 알렉세이(가명)] “평생 대가 없이 도움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라는 말 속에는 누군가를 믿어본 적 없던 기나긴 시간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러시안정착도움센터와 연결되었지만 누군가의 호의를 믿어본 적이 없었던 알렉세이는 도움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며 관계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그는 도움의 손길마저 거절한 채 다른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극단적 선택 후 병원에 있는 알렉세이(가명)] 계속되는 생활고와 전쟁 후유증 속에서 알렉세이는 결국 삶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되어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건강보험이 없었던 알렉세이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듯 했습니다. 또 한 번 절망하기 전에 병원 사회복지팀이 치료비 일부를 후원하며 회복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러시안정착도움센터와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SOS위고는 회복할 동안 치료비와 주거비,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지나온 그는 다시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센터는 그의 치료와 회복을 돕고, 머물 곳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는 전남 고려인마을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고, 같은 언어를 쓰는 이웃들 속에서 오랜만에 안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생수 노방전도 중인 알렉세이(가명)] 무엇보다 삶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종교가 없었지만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인 줄만 알았던 삶에 처음으로 공동체가 생긴 것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직접 생수를 사서 거리로 나가 혼자 전도를 할 만큼 삶에 대한 열정도 되찾았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친구들도 생기며, 전쟁의 상처와 외로움 속에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습니니다. 극단적 선택으로 입은 상처 때문에 한동안 일을 할 수 없었지만 SOS위고 생계비로 생활하며 무사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상처가 회복된 뒤에는 일자리를 구해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근로 중인 알렉세이(가명)] 전쟁 트라우마와 생활고로 죽음을 선택했던 청년이 이제는 삶을 선택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제 알렉세이의 얼굴에는 절망으로 가득하던 눈빛 대신 희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괜찮다고 말해 주며, 함께 걸어주는 공동체. 그 따뜻한 연결이 전쟁의 상처로 멈춰 있던 한 청년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SOS위고와 함께 소외된 이웃들에게 힘이 되어주세요. * 본 사연과 사진은 이랜드복지재단이 사례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SOS위고 문의: 02)264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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