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트렌드] 수많은 손길이 만든 ‘존엄한 한 끼’ 누적 식사 30만 돌파
이랜드 ‘아침애만나’ 노숙인�쪽방촌 위한 무료급식소 아침밥부터 도시락�거리나눔까지 교회�기업�시민이 함께 만들어가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는 이웃들에 존엄한 한 끼를 선사하며 현장 밀착형 돌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역의 새벽은 도시가 깨어나기 훨씬 전부터 조용히 박동한다.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이든,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든 서울 용산구 동자동 무료급식소 ‘아침애만나’의 불빛은 어김없이 켜진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 급식소가 개소 1년8개월 만에 누적 식사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선다. 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내민 따뜻한 손길이자 새벽잠을 반납한 봉사자들, 아낌없이 내어준 후원자들이 함께 만들어 낸 연대의 기록이다. 아침애만나의 아침 풍경은 여느 무료급식소와 다르다. 건물 밖에 길게 줄을 서거나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장면이 없다. 급식소는 동트기 전부터 문을 열어 이용자들이 실내에서 편안히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도착 순서대로 ‘식사 초대장’ 번호표를 받아 3층 대기 공간에서 차례를 기다린 뒤 전광판에 번호가 표시되면 2층 식사 공간으로 내려가 식사를 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환자를 위해 1층에는 별도의 식사 공간도 마련했다. 운영 효율보다 기다리는 순간까지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철학이 만든 시스템이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급식소의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주방은 곧바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점심 도시락 준비로 분주해진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심리적 문턱으로 급식소를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전달한다. 저녁에도 나눔은 이어진다. 매주 화요일에는 ‘짜장면 데이’가 열려 주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목요일 저녁에는 봉사자들이 컵밥을 들고 서울역 거리로 나가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전한다. 방한용품과 생필품도 함께 전달된다. 새벽 아침밥에서 시작해 점심 도시락, 저녁 거리 나눔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서울역 이웃들의 하루를 지탱하는 현장 밀착형 돌봄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운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봉사자들의 꾸준한 헌신이 있다. 특히 마가공동체 소속 5개 교회(마가의다락방교회�일산방주교회�인천방주교회�필그림교회�길튼교회) 성도들은 개소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조리와 배식, 뒷정리를 맡아 왔다.
이들의 헌신은 다른 단체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이랜드 계열사 임직원, 할렐루야교회와 서현교회, ROTC 사회공헌단, 대한간호협회 간호돌봄봉사단, NH농협은행 임직원, 연예인 자선봉사단 ‘더 브릿지’ 등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봉사가 꾸준히 이어지며 섬김의 가치가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식탁을 채우는 또 하나의 축은 후원자들이다. 아침애만나의 식재료는 남는 음식이 아닌 신선한 산지 직송 식자재로 준비된다. 이랜드팜앤푸드와 킴스클럽은 매달 농축수산물과 간편식을 정기 후원하고, 도시아낙네는 김치를, 풀무원�기빙플러스�구세군은 간식과 음료를 지원한다. 아워홈은 ‘셰프 데이’를 통해 특별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후원금 역시 꾸준하다. 서울광염교회와 수원성교회, 로뎀스파워 등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후원에 참여하며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식자재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날이면 봉사자들이 줄지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나른다. 때로는 식사를 하러 온 이용자가 직접 짐 이동을 돕기도 한다. 이는 이곳이 단순한 시혜 공간이 아니라 서로 돕는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역 일대에는 점심 급식소는 많지만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특히 일반 무료급식소는 지역 어르신 이용자가 대부분이지만, 아침애만나는 이용자의 약 90%가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이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밤새 거리에서 지낸 이들에게는 몸을 녹이는 첫 식사이며,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약을 먹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험은 이용자들의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이 스스로 단정한 옷차림으로 식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하루를 다시 시작할 마음을 다지는 심리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