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땐 일 밖에 몰랐습니다.”
김영준 아버님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몸은 결국 버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추간판 장애와 고관절 수술까지 받으면서 아버님은 더이상 일터에 설 수 없었습니다.
‘조금 쉬면 나아지겠지’ 했는데.. 다시는 예전처럼 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했습니다.
영준아버님은 함께 사는 아들과 함께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치운 싱크대]
가장 큰 아픔은 함께 사는 아들 수환씨였습니다.
이혼 후 홀로 키운 아들은 고등학교 중퇴 이후 사회와 단절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공동어시장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수환씨는 홀로 집에서 지내며 점점 고립되어 갔습니다.
서른살이 넘도록 집 밖을 나가지 못하며 마음의 병은 깊어져만 갔습니다. 공황장애가 있었지만, 치료를 받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하고 대화를 나누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수환씨가 홀로 지내면서 무기력에 빠진 나머지 삶을 지탱하던 집도 쓰레기 더미에 무너져갔습니다.
[쓰레기를 정리한 주방]
싱크대는 쓰레기에 내려앉아 물 한 번 제대로 쓸 수 없었고 방문과 현관문은 부서져 바람과 먼지가 스며 들었습니다.
주방 한 쪽에는 낡은 버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것이 부자의 끼니를 때우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집이 이렇게 되니, 사람 마음도 무너집니다.”
언제부턴가 청소할 힘도, 정리할 의지도 사라졌습니다. 집은 점점 버려진 공간이 되었고, 쓰레기로 뒤덮였던 공간은 더이상 집이라 부르기 어려웠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정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해 포기해버렸던, 나조차 들어오기 싫은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손길이 끊긴 집은 순식간에 쓰레기 창고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방문을 시작했고 구청에서 쓰레기를 치워주었습니다. 여러 돕는 손길로 보일러교체와 도배 장판, 출입문 샤시를 지원받았습니다.
SOS위고는 주거환경개선비를 지원하여 싱크대와 주방 수납장, 방문 세개를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깨끗하고 단정해진 집은 부자의 마음에도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위고에서 지원한 싱크대와 주방수납장]
“집을 볼 때마다 믿기지 않고 너무 기쁩니다. 공간이 정리되고 깨끗해지니 제 마음까지 밝아지는 기분입니다.”
아들 수환씨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집이 새롭게 단장되자 무기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스스로 병원에 가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상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버지와의 대화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영준아버님께는 기적같은 일입니다.
“아들이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곧 생계, 주거급여도 책정되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예정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환경이 아니라 삶의 의지였습니다.
[위고에서 지원하여 수리한 문]
“이제는 무너진 인생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인생이라고 믿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무너질 때가 있지만, 누군가의 손길이 닿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이 생깁니다.
영준 아버님의 이야기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한 가정이 다시 희망의 불씨를 붙잡게 된 기쁜 소식입니다.
SOS 위고는 앞으로도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겠습니다.
우리의 관심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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