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비타민'이 전하는 진심의 가치 - 비타민엔젤스의 따뜻한 실천이랜드재단의 착한 기업 시리즈 - 비타민엔젤스 김바울 대표▲비타민엔젤스 김바울 대표
경기도 양주, 햇살이 비치는 사무실 한 켠. 정갈하게 쌓인 비타민 박스들 위로 ‘Vitamin Angels’라는 로고가 조용히 빛난다. 이 이름은 단순한 영양제 브랜드가 아니다. 건강을 나누고, 삶을 돌보는 마음을 담은 철학 그 자체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나눈다" 이것이 바로 비타민엔젤스가 세상에 내놓은 약속이다. 기부를 마케팅 도구가 아닌 브랜드의 존재 이유로 삼은 사회적 기업의 탄생 이야기를 김바울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다.
"저희는 처음부터 기부를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예요. 그게 시작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기부를 위해 태어난 브랜드
비타민엔젤스는 의사이자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인 염창환 박사가 2013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아프리카 의료봉사에서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마주한 그는 단순한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보육원 아동들에게 비타민을 나누는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의 힘은 한계가 있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그는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모델을 구상했다.
이 철학에 공감한 김바울 대표는 브랜드 초기부터 합류했다. 소비재 기업 전략기획팀 출신인 그는 처음엔 작은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이 브랜드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일에 사명감을 품고 있다.
“비타민엔젤스라는 이름도 제가 지었어요. 듣는 순간 좋은 일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거든요.”
숫자가 증명한 진심
탐스 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원 포 원’ 철학은 비타민엔젤스를 통해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영양불평등 해소’를 미션으로 시작한 비타민엔젤스는 지난 10년간 기부 누적 수량 100만 개, 기부 금액 100억 원을 달성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수치가 아닌, 백만 번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된 기록이다.
“작년에는 6만 개를 판매하고, 10만 개를 기부했습니다.”
판매보다 기부가 많다는 말.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비타민엔젤스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기부를 위해 비타민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정체성, 그 신념은 단단하다.
진심이 닿는 곳까지
다양한 기관과 협력하며 다채로운 나눔 활동을 펼쳐온 비타민엔젤스는 연간 50여 곳에 꾸준히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그 손길은 결식 아동, 독거 어르신, 자립준비청년, 노숙인 등 영양의 그늘에 놓인 이들에게 폭넓게 닿는다.
특히 이랜드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된 ‘굿럭굿잡 캠페인’에서는 자립을 준비하는 여성 청년들에게 비타민을 지원했다.
“비타민 한 알이 그 친구들의 삶을 바꾸진 않겠지만, ‘당신을 응원하는 어른이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요. 그걸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부 후 전해진 현장의 이야기들도 마음을 울렸다. 노숙인들이 찾는 의원에서 비타민을 꾸준히 복용한 노숙인의 얼굴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아프리카의 초등학생들이 ‘사탕 같은 비타민’ 덕분에 학교 출석률이 높아졌다는 보고 등은 나눔의 결과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증명해 준다.
▲자립준비청년, 저소득층 아동, 독거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비타민엔젤스의 기부활동 모습
품질에서 양보 없는 이유
비타민엔젤스는 ‘기부 제품’이라는 이유로 품질을 낮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좋은 원료를 쓰며, 자존심을 걸고 제품을 만든다. 검증되지 않은 원료는 철저히 배제하고, 원가가 10배 이상 차이 나도 영국산 비타민C 등 글로벌 프리미엄 원료만을 고집한다. 국산, 영국산, 프랑스산 등 원산지를 제품 전면에 투명하게 표기한 것 역시 업계 최초의 시도다.
“기부 제품이라서 성분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했죠. 이건 자존심이고, 저희의 철학이에요.”
기부가 목적이면 방향도 달라진다
비타민엔젤스의 제품군은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부할 수 없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트렌디한 다이어트 제품이나 기능성 미용 영양제보다는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꼭 필요한 기초 영양제를 우선한다. 아동과 어르신도 함께 복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하나를 개발하기 전, 직원들이 직접 복용해 보고 효과를 검토한 뒤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 비타민엔젤스는 생필품 영역으로도 확장을 고민 중이다. 쌀, 수건, 양말, 휴지 같은 실용적인 품목을 통해 나눔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것. 동 시에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재단이나 협동조합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NGO나 복지기관을 통해 기부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버티게 해준 단 하나의 원칙
코로나 이후 영양제 시장이 위축되며 매출은 감소했지만, 기부는 줄이지 않았다. “문을 닫을 때까지 기부는 계속하겠다”는 김 대표의 말엔 흔들림이 없다.
“매출이 떨어졌을 때, 기부가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기부를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선택은 없었어요.”
판매량이 줄고 손익이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부돼서 산다”는 소비자의 후기, 봉사처를 추천해 온 고객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복지관. 그 모든 흔적은 브랜드가 단지 영양제를 파는 곳이 아니라는 증거다.
비타민엔젤스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걸음으로, 누군가의 일상에 건강과 존엄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알의 진심’은 앞으로도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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