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들을 밥으로 안아주는 쉼터, ‘석식당’ 이야기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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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밖 청소년들을 밥으로 안아주는 쉼터, 

‘석식당’ 이야기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취약계층 지원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위기가정, 가정밖청소년, 자립준비청년 등 

일명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에 민간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 

이랜드재단, 이랜드복지재단은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이랜드재단, 이랜드복지재단과의 연중 기획을 통해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의 실태와 문제점, 

'신(新)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을 위한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원주에서 '석식당'을 운영하는 최현석 목사

 

강원도 원주의 오래된 골목 한 쪽,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작은 간판 하나에 불이 켜진다.

그곳은 가정 밖 청소년 아이들의 교회이자 

식당, 쉼터이자 집이 되는 공간 ‘석식당’이다.

 

‘석식당’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아이들 속엔 

다양한 사연이 섞여 있다. 

가출한 청소년, 혼자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 초등학생, 

말 못 할 가정 환경과 사춘기의 무게를 

혼자 버티고 있는 이들. 

이들에게 석식당의 '밥 한 끼'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다. 

위로와 환대,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다.

 

이 특별한 밥상을 준비하는 사람은 최현석 목사다. 

아내 이은희 사모, 처제 이은혜 성도와 함께 

그는 이 식당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따뜻함’을 요리해 선물한다.

 

 

밥으로 시작된 사역, 마음을 돌보다

최 목사의 사역은 2017년, 원주 정류장교회 개척으로 시작됐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머물 수 있는 ‘정류장’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위기청소년들이 겪는 상처는 깊고, 세상에 대한 불신은 단단했다. 

최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온실 속에 있었다면 꽃이 되었을 아이들이 

사막에서 자라 선인장이 됐습니다. 

그 가시에 찔릴 걸 알면서도 저는 이 아이들을 안아야 합니다.”

 

밥을 나누며 그는 아이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자해와 성매매를 끊고 사회인으로 변화한 아이, 

보호자가 없어 가정위탁으로 함께 산 아이, 

사기와 거짓말을 반복하던 아이까지. 

 

그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과 반복된 배신, 그리고 다시 품는 사랑의 반복이었다.

 

 

석식당, 대접받는 식사가 펼쳐지는 공간 

 

 

▲‘석식당’ 운영 모습.

 

코로나로 교회 내 식사가 중단되면서 위기가 찾아왔지만,

후원자 한 명의 도움으로 2022년 석식당이 다시 문을 열었다.

정식 식당으로 신고까지 마친 이 공간에서 

최 목사는 ‘1000원의 밥’을 제공한다. 

“공짜 밥이 아닌,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 식사를 선물한다”는 철학은

이곳의 핵심 가치다. 

매주 25명에서 30명의 아이들이 석식당을 찾는다. 

그들은 식사를 요청하고, 요리를 받고, 밥값을 내며 

당당한 ‘손님’이 된다.

 

주방을 책임지는 처제, 운영 전반을 맡는 아내, 

그리고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연계하는 최 목사.

석식당은 가족 공동체가 만든 돌봄의 현장이자, 

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피난처다. 

이뿐 아니라 자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진로와 생활을 돕는 지원이 이어지고, 

필요에 따라 반찬 나눔, 장학금, 이사 지원, 독거노인 석식 제공까지 

사역의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두 어르신의 병원 진료를 돕고 

임종까지 함께한 일도 있었다.

 

 

▲‘석식당’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밥

 

무너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

사역은 이상보다 현실에 가깝다. 

범죄에 연루된 아이들, 반복되는 가출과 거짓말,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에 때론 최 목사도 두려움을 느꼈다.

 

“전화벨이 울리면 심장이 떨리고, 무슨 소식일지 몰라 겁이 납니다. 

아무리 밥을 나누고 사랑을 줘도, 

쉽게 바뀌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지칠 때가 있어요.”

 

어떤 이들은 이 사역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말한다. 

하지만 최 목사는 다르게 본다.

 

“항아리에 구멍이 났다고 물을 부어주지 않으면 

더 메마르고 먼지가 쌓이잖아요.

아이들의 마음도 그래요. 

구멍이 났다고 외면하면, 더 망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사랑을 계속 붓고 있던 어느 날, 

오랜 시간 함께 고단한 길을 걸어온 가족들에게 

작은 선물이 찾아왔다. 

이랜드재단의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이었다.

 

 

히어로 포레스트, 그들의 ‘제주’가 되어준 시간

 

 

▲최현석 목사 가족 ‘히어로 포레스트’ 여행 사진

 

이랜드재단이 이랜드파크 켄싱턴호텔&리조트와 함께 진행하는 

'히어로 포레스트' 프로그램은 

사회 공익을 위해 힘쓰는 우리 사회 숨은 영웅들과 

그 가족들에게 가족여행을 통한 진정한 쉼과 회복의 시간을 선물한다.

 

“재주를 부리다 지친 우리에게, 이랜드는 제주가 되어주었습니다.”

 

제주도의 바람과 오름, 따뜻한 식사와 편지,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었던 날들은 이들에게 진짜 쉼을 선물했다. 

히어로 포레스트를 통해 최 목사 가족은 다시 일어설 에너지를 얻었다.

 

“사랑의 재주를 부리다 힘들고 지칠 때면 

제주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때 제주에 가서 쉼과 힘을 얻었지’ 하는 그 기억이 

다시 사랑을 부릴 용기가 되겠죠.”

 

아이들을 위한 밥상 위에 

이제는 그 제주에서 받은 위로와 힘이 얹혀 있다. 

히어로 포레스트는 그를 위한 잠깐의 쉼이었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에게 정류장이자 

집이 되어줄 그의 여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